매물 늘어도 거래 가뭄...전셋값은 상승. 혼란한 부동산 시장.
양도세유예 후 늘어난 부동산 매물...여전히 거래는 바닥
새 정부 양도세 중과 유예 정책 시행 후 매물 늘어.
매도자는 높은 호가 부르고 매수자는 낮은 가격 원해...가격괴리 벌어지며 거래 실종.
양도소득세를 줄여 다주택자의 매물을 이끌어내려는 새 정부 부동산정책은 정책 시행 후 늘어난 매물 건수가 보여주듯 어느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거래활성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의문표가 생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이후 매물 증가세는 뚜렷하지만 대부분 매도자들은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다.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 고점 우려와 금리인상 등으로 적극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 매도매수자 간의 괴리만 깊어지고 있다.
■ 늘어난 매물, 실종된 매수세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시행일인 지난달 10일 이후 한 달간 서울의 매물 증가율은 13.1%(5만5509건→6만2818건)로 나타났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위 광주(18.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인천 13.0%, 부산 12.4%, 대전 12.1% 등의 순이다. 유일하게 5.2% 감소한 제주(950건→901건) 외에는 모두 5% 이상의 매물 증가를 보였다.
양도세 감면 혜택이 다주택자 매물 출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늘어나는 매도 물량과 달리 매수세는 좀처럼 붙지 않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 부동산 시장 참여자 심리지수인 매수우위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전국 기준 지난달 9일 45에서 감소를 계속해 지난 6일에는 2019년 8월 이후 최저치인 39.3을 기록했다. 매도자의 시장 참여를 수요자 측에서 받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격고점" vs "손해보는 매도 안해"
현장에서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갭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강남힐즈(1090가구) 주변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물은 늘고 있지만 양도세 감면 기한이 많이 남았기 때문인지 아직 가격을 낮춘 급매는 없다"며 "집주인들은 수 천만원만 내려도 급매라고 생각하는데 종종 전화 오는 손님들은 시세보다 2억~3억원 낮은 매물을 찾다보니 거래가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래미안강남힐즈의 올해 실거래는 지난 4월 전용 91㎡, 1건이 전부다.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도자가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한 다주택자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재건축 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 3930가구 규모의 서울 노원구 월계시영아파트(미성·미륭·삼호3차)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대선 이후인 3·4월 거래가 발생했으나 5월부터는 다시 거래가 막혔다"며 "매물은 늘어나는 데 호가 하락은 없는 반면, 방문하는 고객들은 모두 수 천만원 저렴한 급매 물건만 찾는 중"이라고 전했다. 월계시영아파트의 3·4월 실거래 건수는 11건, 5월은 2건이다. 5월 거래된 2건의 매매가는 8억원대로 4월 가격보다 각각 2500만원, 5800만원 내렸다.

계약갱신 만료 8월 앞두고 꿈틀대는 전셋값 . 부동산 시장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한국부동산원의 6월 첫째주(6일 기준)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보합 전환했다. 최근 2주 연속 -0.01% 변동률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3주 만에 보합으로 돌아선 것이다.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강남구(0.04%)와 서초구(0.02%) 등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세를 나타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 -0.02%에서 이번주 -0.01%로 하락폭이 축소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이 전반적인 감소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448건으로 3개월 전(3월 9일) 3만2168건 대비 17.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이 5만131건에서 6만2818건으로 25.3% 늘어난 것과 정반대 양상이다.
전세 수요심리를 나타내는 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5월30일 94.8로 지난 2월28일(89.5) 이후 우상향 추세를 보이고 있어 전세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7월31일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며 전세값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임대차3법은 지난 2020년 7월31일 시행됐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회 보장하고 재계약 때는 인상률 5%를 상한으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라 갱신권을 쓴 세입자들의 전세 수요가 올 8월 이후 쏟아져 나올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들은 8월 신규계약을 맺을 때 그동안 못 올린 전셋값 상승분을 한꺼번에 올려 받으려 할 수 있어 하반기 전세 불안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가운데 오른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는 월세로 내몰리거나 외곽으로 밀려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급등하는 매매·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서 월세 거래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의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으로 이 중 월세가 50.4%(13만295건)를 차지해 전세 거래량 49.6%(12만8023건)를 처음으로 웃돌았다.